2020.11.24 호황을 누리는 해운시장의 명암
기획/ 북미항로 활황에 포워더는 생존권 ‘위협’
최근 해운업계의 호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포워더(국제물류주선업체)들은 선복난과 높은 화물운임에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 중소기업뿐 아니라 대기업 2자물류사도 화물을 옮길 배나 항공편을 구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설령 선복을 구하더라도 선사들의 프리미엄(추가 운임)이 기존 운임에 더해져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이 측정되고 있다. 자칫하면 화물운송을 하다가 적자를 낼 수도 있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처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 포워딩업체가 대형 실화주와 부산-남미 간 운송을 1200달러에 진행하기로 계약했는데 몇 달이 지나고 선사 측에서 4000달러를 요구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포워더 관계자는 “선사 측 요구를 받아들이고 화물 운송을 하게 되면 약 2000~3000달러를 손해보는 암담한 상황이 발생해 결국 계약을 포기하고 위약금을 물었다”고 밝혔다.
선복 예약(부킹)이 가능하다면 운임이 천정부지로 치솟았지만 선적이 워낙 부족해 화물을 싣는 추세다. 포워더들은 계약을 이행해 위약금을 내지 않거나 조금이라도 이익을 내면서 거래처와의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취지다. 업계에 따르면 일부 대형 선사들은 높은 프리미엄이 형성된 중국발 화물 운송을 위해 국내 수출기업과 장기운송계약을 맺은 선박까지 중국에 우선 배치하고 있어 화물 운송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영세 포워더들의 피해가 심각하다. 선사들과 장기운임계약을 맺었거나 연간 물량이 고정적인 BCO(대형화주)에겐 프리미엄 협상과정에서 그나마 일부 혜택이 주어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영세 포워더처럼 한달 내지 분기 단위로 운송계약을 맺는 곳은 운임협상이 녹록지 않다.
포워더들은 스스로 현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화주와의 협상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선 선복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며 “화주와 협상해 운임을 올려 받거나 아니면 우리(포워더)가 거래처와의 관계 유지를 위해 적자를 떠안으면서 비싼 운임에 선적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기업 물류자회사와 거래하는 화주들은 프리미엄을 어느 정도 받아들여 일부 운임을 인상하는 데 동의하는 분위기지만 영세 포워더들은 운임 인상 문제로 화주와의 관계가 서먹해지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고정운임을 고집하는 화주-포워더 간 운임 협상이 개선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업계 관계자는 “화주들은 대체로 고정 운임을 고집하는 경향이 있다”며 “해운시장에 따라 운임이 오르고 내리는 변동성에 신경쓰는 걸 꺼려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부 수출업체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막혀버린 해상운송을 대신해 항공운송에서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다만 해상 못지 않게 항공물량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항공운임수준도 다시 높아져 이 또한 쉽지 않을 전망이다.
홍콩 항공화물운임지수인 TAC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아시아-유럽과 아시아-미주 항공화물 운임은 전달 대비 각각 25% 28% 증가했다. 향후 코로나19 백신 관련 수송 수요가 더해져 운임도 더욱 가파르게 오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세기를 보유한 일부 포워더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호황을 맞이하는 이변을 연출하기도 했다.
美 LA·LB항, 터미널 혼잡 ‘최고치’…항만지연비용 추가발생
최근 북미항로는 미국 소비재와 블랙프라이데이 크리스마스 등 계절적 수요에 따른 물량 증가로 항만 정체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또한 긴급화물이 증가하면서 장거리 운송료도 인상돼고 있다. 미국 내 운송료가 평소보다 약 2배 인상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로스앤젤레스와 롱비치항에서는 터미널 적체, 섀시 부족, 쟁위행위 등 복합적인 문제로 항만지연비용이 추가 발생하면서 포워더들의 골머리를 앓게 만들었다. LA·LB항 터미널의 지연 일수가 처음으로 3일을 넘어선 5일 이상으로 적체량 비율이 급증했다. 터미널 지연일수가 3일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2월 이후 처음이다. 또한 트럭의 반출입시간도